요즘 팹리스 기업들의 치열한 전쟁속에서 유독 주목을 받지 못하는 기업이 있다. CPU(Central Processing Unit, 중앙처리장치) 및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그래픽처리장치) 분야의 팹리스기업 중에 2위를 점유하고 있는 AMD이다. 거인 인텔과 엔비디아를 상대해야 하는 AMD는 어떻게 그들은 상대할까? 우리는 그들의 생존방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Table of Contents
AMD(Advanced Micro Devices)는 어떤 기업인가
AMD의 시작과 몰락
1969년 제리샌더스는 페어차일드에서 퇴사후 동료와 함께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서 AMD를 창업했다. 1970년 자체개발 디바이스인 ‘Am2501’ 로직 카운터(Logic Counter)를 출시하였고, 초기에는 인텔의 납품기업으로 시작했으며 그래픽 컨트롤러와 그래픽 보드제품을 개발했다. 1989년 이후, 중앙처리장치(CPU)와 별개로 그래픽을 처리하는 칩(GPU)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2000년대 기업의 생존을 위해 CEO 헥터 루이즈는 자체 반도체 생산공장을 매각하여 자사를 팹리스 기업으로 전환시키며, 파운드리 기업인 TSMC와 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기업의 체질을 바꿨다. 그들이 치열한 반도체시장의 변화속에서 현재까지 살아 남을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인텔이 14나노 공정에서 힘들어 할때 그들은 파운드리기업 TSMC와 협력해가며 10나노, 7나노공정까지 거침없이 성장했다. 그러나 ATI 인수를 위한 무리한 자금동원과 연구개발비의 삭감, 협력관계에 있던 엔비디아와의 결별로 인해서 결국 인텔에게 밀리며 위기를 맞이했다.
인텔과의 CPU 경쟁에서 AMD는 ‘K7 애슬론’으로 1GHz CPU를 인텔보다 먼저 출시하는 성과를 올렸다. K7 아키텍처 신제품으로 인텔의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그 벽을 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당시 CPU의 기술전쟁은 인텔의 낸코어마이크로 아키텍처 CUP의 출시로 인텔의 승리로 끝났다.

인텔의 코어2 시리즈 출시는 20%에 이르던 AMD의 시장점유율을 10%까지 하락하게 만들며, 인텔의 아성을 더욱 공고하게 했다.
AMD의 부활
2011년 취임한 CEO 로리 리드는 망해가던 AMD를 기사회생 시켰다. 당시 기업 매출의 95%가 PC CPU에 편중되어있던 AMD는 인텔의 공격적인 가격정책으로 인해 위기에 몰렸다. 로리 리드는 수익구조를 다변화시켜 전체 매출의 CPU 비중을 50%까지 내리면서 ‘ZEN’ 프로세서 아키텍처 개발에 온힘을 쏟았다.

그들은 2016년 HOT CHIPS 컨퍼런스를 통해 ‘Zen’ 프로세서 아키텍처를 발표했다. ‘Zen’ 프로세서 아키텍처는 IPC(Instruction Per Cycle/Clock)를 기존 성능 대비 40% 향상시킨 획기적인 제품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날렸다.
그들은 RYZEN 시리즈의 출시와 인텔의 CPU 설계문제 이슈로 반전의 기회를 잡는다. 이후에 라이젠 3세대 CPU는 인텔 코어 i 시리즈 9세대와 X 시리즈 10세대를 가성비로 넘어선다. 2020년에 출시된 라이젠 4세대는 유저들의 게임성능, 작업성능, 가성비, 전력소모 등 모든 면에서 인텔 제품 라인업을 굴복시켜 버렸다.
AMD와 엔비디아의 GPU 전쟁
AMD는 CPU에 편중된 매출구조을 탈피하고자 GPU 기업인 ATI(ATI Technologies Inc.) 인수를 결정했다. ATI는 1985년 캐나다에서 설립된 기업으로 개인용 컴퓨터용 GPU와 그래픽카드에 특화된 기업이었다. 그당시 AMD와 엔비디아는 상호 협력적인 관계였으나, AMD의 ATI 인수로 인해 두 기업은 GPU시장에서 경쟁관계로 돌아섰다.
AMD는 2009년에 ATI의 모바일 그래픽 사업부를 퀄컴에 6,500만달러에 헐값 매각하는 실수를 범했다. 이 매각은 AMD 역사에서 가장 뼈 아픈 비즈니스로 기록될 것이다. 그 당시 모바일 그래픽 사업부를 인수한 퀄컴 경영진의 판단은 신의 한수로 보인다.
GPU분야에서 AMD와 엔비디아는 오랜기간 치열한 경쟁관계를 이어왔다. 엔비디아는 플래그쉽 제품 출시를 통해 시장의 우위를 지키는 쪽이고, AMD는 가성비 제품으로 엔비디아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각자 그들의 시장을 지켜왔다. 엔비디아는 한때 인텔의 내장형 그래픽 카드로 출시로 시장점유율을 빼앗기기도 했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춘 신제품 개발로 글로벌 강자 자리를 유지했다.
2022년 1분기 그래픽카드 시장점유율(존페디리서치)은 75%로 엔비디아가 1위를 차지했으며, 2위는 AMD(24%), 3위는 인텔(2%) 순이었다. 2023년 1분기 AIB(Add-in Board) 그래픽카드 부문의 점유율도 엔비디아가 1위(84%), 2위 AMD(12%), 3위 인텔(4%)순으로 엔비디아의 장악력이 더 커지는 형국이다.

AMD는 2022년 라데온 그래픽 카드 RX7000 시리즈 출시후에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라데온 라인업은 소비자들에게 싼 가격 이외에는 다른 잇점을 주지 못하고 있어서, 새로운 보급형과 고성능 라인업을 출시 준비중이다.
AMD의 성장 잠재력
AMD INSIDE를 노리는 것인가
AMD와 인텔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11용 인공지능 기능을 지원하는 AI 가속 프로세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AMD는 상업용 노트북과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을 지원하기 위한 칩인 ‘라이젠 프로7040’ 프로세서(코드명:피닉스)에 AI전용 가속기 ‘라이젠 AI’ 탑재를 성공시켰다.
최근 출시한 라이젠 프로 7040 시리즈 프로세서는 ZEN4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 그들은 AMD RDNA3 그래픽을 통합함과 동시에 x86 프로세스에 라이젠 AI 기술을 적용시켰다. 칩은 TSMC의 4나노 공정을 통해 생산한다.
그들은 라이젠 프로 7040 프로세스를 장착한 노트북이 그래픽과 애플리케이션 성능에서 타사 제품을 앞서고 있다고 발표했다. AMD는 소비자들이 윈도우 11을 통해 새로운 AI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소프트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은 개인용 컴퓨터 CPU라인업에는 아직 AI 가속기를 장착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 출시를 목표로 협력사들과 AI 가속 지원 프로세서를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인텔보다 앞선 AMD의 AI 가속기 적용은 그들에게 개인용 컴퓨터 AI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엔비디아를 향한 AMD의 도전
엔비디아는 대표적인 팹리스 기업이며, 글로벌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1위 기업이다. AMD는 AI용 GPU인 Instinct MI300X 출시를 알리며, 엔비디아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MI300 시리즈는 AMD CDNA 3 아키텍처 기반의 서버용 GPU로, 생성형 AI 및 고성능 컴퓨팅(HPC)에 특화된 모델이다.
칩의 메모리는 192GB HBM3를 탑재했고, 대역폭은 초당 5.2 테라바이트이다. 그들은 엔비디아의 H100 칩성능에 비해 HBM의 밀도는 약 2.4배 높고, 메모리 대역폭도 1.6배 빠르다고 밝혔다. AMD의 기존 제품대비 성능은 8배, 효율성은 5배 향상됐다. 프로세서는 TSMC 5나노 및 6나노 공정으로 제작된 칩 12개가 칩렛(Chiplet)형태로 구성되었다. 칩랫 생산방식의 적용으로 수율을 높이고 원가절감을 하였으며, 칩간 통신속도는 인피니티 패브릭 기술을 적용해 성능을 보완하였다.
AMD는 기업시장에 적합한 Instinct AI 가속기와 일반소비자를 타겟으로 한 Radeon GPU AI 가속기 라인업을 아래와 같이 별도로 구성했다.
- Instinct AI 가속기: CDNA 아키텍처, 고대역폭 메모리(HBM), 인피티니(Infinity) 패브릭(Fabric) 기술적용, 오픈소스 ROCm 플랫폼 사용.
- Radeon GPU AI 가속기: RDNA 아키텍처, DDR6 메모리, 인피니티 캐시사용.
그들은 이번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엔비디아와 정면승부를 피하고, 가격과 효율성 강조하며 AI 시장에 접근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게 됐다. Instinct AI 가속기는 인공지능 구현을 위해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된 프로세서이며,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통합, 향상된 확장성, 고급 메모리 지원등 여러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엔비디아의 텐서 GPU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아마존의 선택과 클라우드 기업의 우려
데이브 브라운 아마존웹서비스 부사장은 자사 클라우드 서버에 사용할 AI 반도체로 ‘MI300X’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론에 밝혔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전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아마존의 선택은 앞으로 AI 반도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AMD는 아마존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AI 시장에서 자신들의 성장기반을 다질 것이다.

엔비디아는 AI의 폭발적인 수요로 인해 칩을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또한 클라우드 기업들에게 칩과 시스템을 모두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영업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은 자체 설계한 플랫폼을 원했고, AMD는 아마존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했다.
클라우드 시장의 3대 강자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선택은 AI 반도체 시장의 방향을 좌우할 확율이 아주 높다. AI 반도체 시장(가트너)은 2022년부터 연평균 17.3% 성장해 2030년에는 1170억달러(약156조)까지 성장 할 것으로 봤다. 현재 성장속도는 시장조사업체들의 예상치를 뛰어넘고 있다.
세계 2위 클라우드 기업 마이크로소프사(MS)는 최근 AI 반도체의 공급 부족에 따른 영향으로 서비스 중단 위험까지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AI 서버용 고성능 GPU 칩의 공급 부족사태는 빅테크 기업들의 사업을 좌우하는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MS는 자사의 데이터센터에 영향을 미치는 토지, 에너지, 네크워킹-서버공급 등을 핵심요소로 관리해 왔다. 그러나 GPU의 공급난이 기업의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시장환경으로 인해 클라우드 기업들은 칩 공급망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ChatGPT의 등장은 AI 생태계 시장을 급격하게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시점에 GPU 2위 기업인 AMD의 신제품 라인업 출시와 기업별 맞춤형 전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골리앗 인텔을 상대했던 생존전략 DNA와 현재 엔비디아와 차별화 된 그들의 전술은, 우리가 AMD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이미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