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HDD SSD 강자 웨스턴디지털의 기업분할 전략은 어떤 의미인가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 Corporation)은 오랜시간 미국 컴퓨터 저장장치 분야에서 강자로 군림한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최근 그들은 키옥시아와 기업 합병을 추진했고, 기업분할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메모리 시장 침체로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그들이 선택한 기업합병과 기업분할 전략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알아 보고자 한다.

웨스턴디지털은 어떤 기업인가

WD의 출생

웨스턴디지털(WD)은 1970년 4월 23일 앨빈 필립스(Alvin B. Phillips)에 의해 반도체 테스트 장비 제조기업으로 설립되었으며, 초기 사명은 ‘제너널디지털(General Digital)’로 창업 되었다가 1971년에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로 변경되었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위치해 있고, 직원수는 5만명이 넘으며 우리에게 브랜드명으로 잘 알려진 ‘샌디스크’의 모기업이다.

WD는 컴퓨터 데이터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외부기억장치, 내부기억장치,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하는 제조기업이다. HDD분야에서는 시게이트와 함께 글로벌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으며, 낸드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도 삼성전자, 키옥시아, SK하이닉스와 더불어 4강으로 경쟁중이다.

웨스턴디지털의 성장

1971년-웨스턴디지털이-처음으로-출시한-WD1402A-UART-반도체-제품

1971년 WD는 Emerson Electric의 지원아래 장비제조기업에서 반도체 기업으로 한단계 도약하며, 첫 작품인 ‘WD1402A-UART’를 선보였다. 1970년 초반에는 전자계산기용 칩 제조 및 판매에 중점을 두었고, 1975년에는 세계 최대 계산기 칩 제조기업에 올랐다. 1973년 처음으로 말레이시아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여 운영했다.

1983년 IBM과 제휴를 맺고 하드 디스크 콘트롤러 공급을 시작으로 스토리징(저장장치)사업에 진출했다. 1988년 Tandon의 하드 디스크 생산공장을 매입하여, 대표적인 하드 디스크 브랜드 ‘Caviar’ 시리즈를 선보였다. 2012년 WD는 히타치 디스크 드라이브 사업을 현금과 주식교환 조건으로 약 43억 달러에 인수했다. 2011년 글로벌 HDD 시장은 1위가 WD, 2위 시게이트, 3위 히타치, 4위 도시바, 삼성전자는 5위권이었다.

HDD VS SSD시장과 WD의 입지는 어떠한가

WD는 HDD와 SSD 분야에서 글로벌 점유율이 완만하게 하락중이다. 과거 HDD 시장에서 보였던 압도적인 지배력은 시게이트에게 밀려서 2위이며, SSD 부문에서 4위로 뚜렷한 기술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HDD시장 현황

웨스턴디지털-시게이트-도시바-3사의-HDD-시장점유율

2019년 웨스턴디지털은 HDD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1분기까지 45.8%로 1위를 고수했다. 2위는 40.9%의 시게이트, 도시바는 13.3%로 3위를 차지했다. 2020년 시게이트가 42%로 올라서며 WD는 2위(37%)로 내려앉았다. 2021년 1분기부터는 43%를 점유한 시게이트가 1위를 고수하며, 2위는 36%의 WD, 3위는 21%로 도시바가 차지하며 순위는 고착화 됐다. 결국 WD가 도시바에게 점유율을 잠식당하면서 2위로 밀려난 것이다.

2023년 2분기 총 HDD 출하량(Forbes)은 2023년 1분기 대비 6.8% 감소했다. 2023년 2분기 총매출은 3.27b 달러로 추정되며, 전분기 대비 13.5% 하락한 수치이다. 2022년 1분기 이후 하락추세를 계속 보이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2023년 2분기 총 HDD EB(Exabyte)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18% 감소했고, 회계 4분기에 HDD 매출은 1.3b 달러로 작년 대비 39% 폭락했다. 2023년 HDD시장 점유율은 1위 시게이트가 44%, 2위 WD(38%), 3위 도시바가 18%로 예상된다.

아래 그림은 2001년부터 2028년까지 연간 HDD 스토리지 용량 총 출하량을 그래프로 보여주고 있다. 이 전망은 열보조기록장치(HAMR)가 도입됨으로 인해 HDD가 면적밀도를 계속 증가시킬수 있다는 전제하에 작성된 것이다. 그래프는 2024년부터 HDD만 출하량이 가파르게 증가한다고 보여주고 있으나, HMAR(Heat Assisted Magnetic Recording)의 기술적 전환이 어렵다면 HDD는 SDD에게 계속 잠식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2028년까지-연간-HDD-스토리지-총-출하량-예상-그래프를-보여주고-있다

SSD시장 현황

웨스턴디지털의-2023년-2분기-낸드플래시-글로벌-시장점유율을-보여주고-있다

2022년 2분기 SSD시장(트랜드포스)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 글로벌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3%로 1위를 유지했으며, 2위가 SK하이닉스(19.9%), 키옥시아가 15.6%로 3위, 4위 웨스턴디지털은 13.2%, 마이크론이 12.6%로 5위를 기록했다. 2023년 2분기는 1위 삼성전자가 31.3%, 2위가 19.6%의 키옥시아,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구 인텔메모리)이 17.8%로 3위,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이 각각 14.7%, 13.0%로 뒤를 이었다. 지난 1년동안 WD의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1.5% 소폭 상승했으나, 현재 SSD시장은 HDD시장에 비해 기업들의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SSD-공급망을-기업별로-나누어-보여주고-있다

위 그림에 나와있는 SSD(Solid-state-drive) 공급망을 살펴 보면, SSD 공급자 그룹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키옥시아, 솔리디움, 웨스턴디지털, YMTC 등 주요 7개 기업이 속해 있다. 이들 기업중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는 D램 공급자 역할도 함께 하고 있어서 SDD 시장경쟁에서도 유리하다.

SSD시장(아시아경제)은 연평균 성장율 11% 이상을 달성할 것이며, 2026년에는 575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SSD와 HDD가 경쟁하고 있는 기업용 서버 스토리지 시장에서, SSD가 2021년 185억 달러로 154억 달러를 기록한 HDD 시장을 추월했다. 서버용 SSD 시장(옴디아) 규모는 2026년 336억 달러를 돌파하며, 전체 스토리지에서 SSD 비중이 6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키옥시아(Kioxia) 합병실패와 기업분할 전략

키옥시아 합병 시도와 실패

WD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2015년 샌디스크를 19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샌디스크는 확장용 메모리 카드, USB 플래시 드라이브, PC 및 노트북 전용의 내장형 SSD 등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었다. 웨스턴디지털은 그당시 최첨단 메모리인 3D 낸드 플래시 메모리 생산이 궁극적인 목표였다.

최근 수년간 메모리 가격하락으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키옥시아(KIOXIA)는 2020년 기업공개에 실패하며 웨스턴디지털과의 합병 시도를 알렸다. 세계 메모리 시장 침체로 고전중이던 WD에게도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했던 상황이라 두 기업의 합병 전략은 매력적인 카드였다. 최근 장기간 낸드플래시 시장의 침체로 실적부진을 겪고있는 WD 주주들이 기업분할 요구도 강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 10월 웨스턴디지털과 키옥시아의 합병 협상이 공식적으로 중단됐다고 알려졌다. 협의과정에서 키옥시아의 최대주주인 베인 캐피탈 지분의 가치평가 합의가 어려웠고, 주요 주주인 SK 하이닉스의 반대가 원인이었다. 2018년 18억 달러를 투자한 사모펀드(베인 캐피탈) 입장에서는 키옥시아의 지분가치 하락을 우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플래시메모리 시장 여건으로 봐서 WD의 SSD와 키옥시아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어려워 보인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2위 키옥시아는 자체 1분기(4월-6월)에 매출 2,500억 엔과 1,300억 엔의 영업적자를 발표했다. 당기순손실은 1,300억 엔으로 전동분기 대비 약 27% 감소를 기록했다. WD 2분기 실적도 매출 2.67b 달러와 0.48b 달러의 영업적자를 보였다. 현재 두 기업 실적이 턴어라운드 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며, 무엇보다도 실적에 대한 어두운 미래전망이 기업합병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다.

기업분할 전략은 최후의 수단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은 5개 기업에 의해 독점적인 구조로 되어있다. 키옥시아 20%와 웨스턴디지털 15%를 합치면 대략 35%로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와 비등한 수치이나, 수익구조로 본다면 점유율이 높을수록 리스크가 커지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업황이 어려울수록 적자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시게이트에게 눌리고 도시바에게 쫓기는 메모리 시장에서, WD가 선택한 생존전략이 SSD를 분리하여 독자적으로 생존가능하도록 만들거나 매각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2015년 샌디스크 인수를 통한 낸드플래시 시장 진출 전략은 사실상 실패로 마무리 됐다. 그들은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을 분리하고 HDD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HDD 시장에 비해 SSD 시장은 기업들의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미국 마이크론와 중국 YMTC는 자국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생존이 가능하지만, 일본 키옥시아 및 미국 웨스턴디지털은 SSD 시장에서 입지가 불안하다.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의 한계와 SSD 공급자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두 기업은 누적된 적자로 미래를 위한 투자를 진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는 AI 서버용 HBM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으나, 양사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WD의 기업분할 전략도 생존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보인다. 그들은 HDD 사업부문에서 탄탄한 입지를 가지고 있으나. SSD 사업부는 독립법인으로 생존게임을 해야 한다. 플래시메모리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 결국은 매물로 시장에 나올 확율이 높다. 메모리시장이 반등되고 안정화 된다면 인수후보자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D램의 역사처럼 SSD 시장에서도 강자만 살아남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웨스턴디지털의 기업분할 전략은 낸드플래시 메모리 분야의 공식적 철수를 의미한다. 인텔의 D램 사업부 철수에서 알 수 있듯이 반도체 산업의 역사는 과점구조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WD는 이번 기업분할 전략으로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주면서 HDD 시장에서 다시 왕좌를 노릴 것이다.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대로 생존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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