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은 미국의 퀄컴과 애플, 대만 미디어텍, 한국 삼성전자, 중국 UNISOC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시장이다. 삼성전자 AP ‘엑시노스’ 귀환은 모바일 칩셋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미디어텍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Table of Contents
미디어텍(MediaTek)은 어떤 기업인가
미디어텍의 출생
1997년에 UMC의 디자인하우스에서 분사되어 설립된 대만의 1위 팹리스 반도체기업으로, 모바일 AP, 무선 통신기기, 광학 저장기기, HDTV, TV용 SoC칩(전체 시스템을 칩 하나에 담은 반도체 칩), 셋탑박스용 반도체, GPS, 블루투스 칩셋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미디어텍(MediaTek) 대표이사는 차이밍카이, 본사는 대만 신주 과학단지에 위치하고 있다. 이 회사를 널리 알린 제품은 DVD플레이어용 제어칩이며, DVD가 한창 유행했던 2000년대 가성비가 뛰어난 DVDP 칩으로 DVD시장에서 키플레이어가 되었다. 이후에 DVD-ROM이나 블루레이 플레이어 등 광학 디스크 드라이브(ODD:Optical Disc Drive)용 반도체에서도 성과를 냈다. ‘ODD’란 레이저 빛을 이용해서 데이터를 읽고 기록하는 디스크 드라이브를 말한다.
본격적인 기업인수
- 2007년 Nucore Technology Inc 인수: 미디어텍은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약 3,700만 달러를 투자하여 지분 69%를 인수하였다. Nucore Techonlogy는 미국기업으로 카메라용 디지털 및 아날로그 이미징 장치 개발업체였다. 그들은 이번 인수를 통해 휴대폰에 사용되는 카메라 제조기술 업그레이드를 원했다.
- 2007년 K-Will Corp. 인수: 디지털 비디오 및 오디오 품질 측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 2008년 아날로그 디바이스(Analog Device) 인수: 3억5천만 달러를 투자해 아날로그 디바이스의 베이스밴드 칩 제품 라인과 셀룰러 핸드셋 베이스밴드 지원 사업 자산 일부를 인수했다. 그들은 아날로그 디바이스 인수를 통해 휴대폰과 무선통신분야까지 비즈니스 영역을 넓힘과 동시에 중국의 3G TD-SCDMA 모바일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 2011년 Ralink Technology Corp. 인수: 라링크는 Wi-Fi, DSL, USB 등 애플리케이션 칩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무선 홈 네트워킹 및 광대역 엑세스 반도체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합병을 통해 Wi-Fi 솔루션, Bluetooth, GPS, xDSL 등 무선통신기기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 2012년 Coresonic AB 인수: Coresonic은 무선 및 방송기술을 대상으로 프로그래밍하는 베이스밴드 프로세서를 개발한 스웨덴 스타트업이었다. 그들은 무선 베이스밴드 IC용 DSP 아키텍처인 SMIT(다중명령 다중작업)를 개발했으며, 2011년에 미디어텍과 라이센스 체결을 하였다.
- 2013년 엠스타(Mstar) 인수: Mstar는 대만에 상장중인 팹리스 선도기업으로 스마트폰과 가전, 멀티미디어 기기에 들어가는 칩셋을 설계하고 판매하는 기업이었다. 대략 40억 달러에 달하는 대형 합병이었지만 중국 독점금지 규제기관으로부터 LCD TV칩 판매를 한다는 조건으로 승인을 받았다. 미디어텍은 엠스타 인수합병을 통해 세계 디지털TV 칩셋 시장의 60% 이상을 확보하게 되었으며, 놀랍게도 디지털TV 칩셋 2위 기업이 1위 기업인 엠스타를 인수하게된 셈이다. 그당시 매출기준으로도 퀄컴, 브로드컴, AMD에 이어 세계 4위 팹리스기업이 탄생한 것이었다.
- 2023년 인텔의 노트북용 5G(5세대 이동통신) 모뎀사업부 인수: 미디어텍은 인텔의 노트북PC를 중심으로 이어오던 4G, 5G 모뎀칩 사업자산과 설계자산(IP) 일체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건으로 인텔이 가지고 있는 IP를 넘겨받아 스마트폰용 AP 개발에 활용이 가능하며,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장착한 노트북에 5G 모뎀이 가능하게 되었다. 향후 미디어텍은 인텔 노트북용 모뎀칩 생산을 인텔 파운드리에 맡길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텍의 글로벌 경쟁력
미디어텍의 모바일 AP 점유율
2023년 2분기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서 미디어텍은 30%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다. 2위는 29%를 차지한 퀄컴, 3위는 애플(19%), 4위는 UNISOC(14%), 5위는 7%로 삼성전자가 위치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4%에 그쳤던과 점유율과 비교해보면 3%가 증가한 수치이다.

미디어텍의 2023년 1분기는 점유율은 33%(1위)로 2분기는 3% 하락하였고, 2위인 퀄컴의 1분기는 27%에서 29%로 2% 상승하였다. 2분기 점유율 하락이 가장 큰 기업은 애플로 1분기 26%(3위)에서 19%로 무려 7% 나 하락했다. 2분기 가장 상승율이 큰 기업인 UNISOC는 1분기 9%(4위)에서 14%로 5%나 급등했다.
2023년 상반기 글로벌 AP 시장을 분석하면, 결론적으로 미디어텍과 애플의 점유율이 하락중이고, UNISOC와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중저가 시장의 강자인 미디어텍
최근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은 뛰어난 가성비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중저가 스마트폰에 미디어텍 칩셋 ‘디멘시티 9000’을 공격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인 샤오미, 오포, 비보, 원플러스, 리얼미 등이 대표적이다. 이 칩셋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삼성의 엑시노스를 상회하는 일부 스마트폰 성능 측정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 브랜드별로 보면(카운터포인트 리서치 마켓 펄스) 삼성전자는 2023년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점유율이 22%로 1위를 고수했으며, 전년 동기대비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2위인 애플은 17%로 전년 1분기(16%)대비 1% 상승한 기록을 보였다. 3위 샤오미는 2022년 2분기 13%에서 올해 동분기 12%로 1%가량 줄어 들었다. 4위는 10%를 차지한 오포이며 5위는 비보로 8% 점유율을 보였다. 2023년 2분기 동안 판매된 스마트폰 5대중 1대 가량이 600불 이상의 프리미엄 브랜드였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부문은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프리리엄급에서는 애플, 삼성전자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중저가폰 시장에서는 중국기업들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모바일 중저가 시장에서 칩강자로 통하는 미디어텍은 디멘시티 9000의 출시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으나 그들의 도약은 쉽지 않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현실에서 자사AP를 보유하고 있는 애플은 물론이고, 삼성전자 역시 프리미엄급 갤럭시S 시리즈에 거물인 퀄컴 칩셋을 대신해서 미디어텍 칩셋을 선택할리는 만무하다. 삼성전자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사 AP인 ‘엑시노스’와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병행해서 채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TSMC와의 협력
미디어텍은 차세대 플래그쉽 모바일 AP인 ‘디멘시티’ 시리즈를 TSMC 3나노 미세공정을 통해 생산하기로 확정지었다. TSMC는 현재 3나노 공정으로 아이폰에 장착되는 AP A17을 위탁생산 하고 있다. 이번 위탁생산 확정은 애플에 이어 2번째로 3나노 공정을 활용해 고성능 모바일 칩 생산을 하게 된다. TSMC의 3나노 공정은 기존 미디어텍이 활용해 왔던 5나노 공정에 비해 구동성능은 18% 높고, 전력 소비량은 32% 절감된다고 밝혔다.

중국 SNS 웨이보에 따르면, 미디어텍의 차세대 플래그쉽 칩셋은 ‘Dimensity 9300’으로 3.25GHz Cortex-X4 코어 1개, 2.85GHz Cortex-X4 코어 3개, 2.0GHz Cortex-A720 코어 4개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신제품 아키텍처는 성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이며, Dimensity 9300 칩셋 성능(팁스터)은 스냅드래곤 8 3세대 보다 10% 높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량 인포테인먼트 사업
미디어텍은 차세대 자동차 플랫폼인 ‘디멘시티 오토(Dimensity Auto)’의 개발에 성공했다. 디멘시티 오토는 차량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HDR, 5G 무선통신기술, Wi-Fi, Bluetooth, 네비게이션, 위성통신, 네트워크 등 다양한 기술을 완성차 기업들에게 제공하도록 설계된 자동차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디멘시티 오토 콕핏(Dimensity Auto Cockpit), 디멘시티 오토 컨텍트(Dimensity Auto Connect), 디멘시티 오토 드라이브(Dimensity Auto Drive), 디멘시티 오토 컴포넌트(Dimensity Auto Components)를 포함하고 있다.
미디어텍과 엔비디아는 비디오 게임을 스트리밍 할수 있는 고급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협력을 하기로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소프트를 사용하는 미디어텍 시스템은 엔비디아 기술 기반으로 자율주행 시스템과 호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벤츠 및 재규어, 랜드로버 등 고급차량 브랜드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오토(Dimensity Auto) 기술은 모바일 연결, 안드로이드 시스템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저가 차량에 판매하고 있다.
삼성전자 AP 엑시노스의 귀환
모바일 AP(Application Processor)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반도체 칩셋으로 휴대폰 원가의 20%를 차지하고 성능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품이다. 2022년에 삼성전자는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엑시노스 2200’를 출시했지만, 갤럭시 S22 모델에서 발생한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 이후 갤럭시 S23에서는 엑시노스 탑재를 포기하고 퀄컴의 스냅드래곤8 2세대를 전량 장착해왔다.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시스템LSI 테크데이 2023’ 를 주최하고 새로운 AP 신제품인 엑시노스 2400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2022 모델에 실패한 후 1년9개월만에 새로운 엑시노스 2400으로 복귀를 알린 것이다. 엑시노스 2400은 전작인 2200대비 CPU 성능은 1.7배로 나아졌으며, AI 성능은 14.7배나 향상 됐다. 이제품의 강점은 ‘레이 트레이싱(물체에 투과, 굴절, 반사되는 빛을 추적해 사물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기술)’, ‘글로벌 일루미네이션(자연광처럼 표면에서 반사되는 빛까지 고려해 현실감을 주는 그래픽 기법)’, ‘리플렉션 쉐도우 렌더링(빛의 반사효과, 그림자 경계를 현실세계처럼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기법)’ 등 게임 유저들을 위한 뛰어난 그래픽 기술이 장착되어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과 자사의 엑시노스를 병행 장착하며 AP 구매 비용을 조절해 왔으나, 2022년 GOS논란 이후 플래그쉽 휴대폰에 전량 스냅드래곤을 탑재하면서 퀄컴과 가격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 2022년 삼성전자가 AP 매입비용으로 9조3,000억 지출했으며, 2021년 6조2,000억 대비 거의 3조나 증가한 셈이다. 이번 신제품은 4나노 공정수율도 안정화로 전반적인 칩 성능이 크게 향상 되었으며, 퀄컴과의 AP 가격협상의 무기로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엑시노스 라인업이 미디어텍과 퀄컴에 미치는 영향
삼성의 신제품 ‘엑시노스 2400’ 출시는 대만의 미디어텍 보다는 미국의 퀄컴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 보인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중저가 제품군은 A14가 대표적이며, 상반기 출하량이 1,240만대로 5위를 기록했다. A15 5G 모델도 900만대 출하량을 보였다. 갤럭시 A14 모델의 ‘엑시노스 1330’는 삼성 파운드리의 5나노 공정제품으로 저가형 휴대폰 사양으로 개발된 칩셋이다. 삼성은 중급형 모델에 ‘엑시노스 1380’를 탑재시켰다.
삼성의 새로운 칩셋은 갤럭시 S기종의 프리미엄폰에 탑재 될 예정으로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셋과 충돌하게 된다. 성능면에서는 퀄컴이 삼성보다 앞선다는 것은 사실이나 삼성이 칩성능에 자신감을 가지는 이유도 무시할 수준은 아닌 것이다. 엑시노스 2400의 출시는 퀄컴과의 AP 구매가격 협상력을 높이고, 자사의 시스템 반도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향후 미디어텍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을 노리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는게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경쟁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점유율을 방어하는 위치에 있으며, 다양한 엑시노스 라인업의 출시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부문에서는 강자인 미디어텍과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