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시대 마이크론의 미래전략은 괜찮은가

세계 반도체 역사의 중심에는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항상 존재해 왔다. 반도체 시장은 초기에는 미국기업 주도의 시장이었으나 뒤이어 일본, 한국, 대만, 중국기업들이 참전한 결과 이제는 반도체 기술패권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AI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마이크론이 미중 기술패권전쟁속에서 어떤 전략으로 미래를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알아 보고자 한다.

마이크론의 탄생과 성장

창립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 Inc.)는 1978년 워드 파킨슨, 조 파킨슨, 데니스 윌슨, 더그 피트먼 4인에 의해 아이다호주 보이시(Boise)에서 태어났다. 생산공장은 실리콘 웨이퍼 제조공장으로 1981년에 버지니아주에 완공되었고, 처음으로 64킬로비트 D램(DRAM) 칩을 생산하여 시장에 선 보였다. 현재는 미국 반도체 기업중에 메모리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로 D램과 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에서 소비자용 메모리 제품인 브랜드 ‘크루셜(Crucial)’ 로 잘 알려져 있다.

마이크론이-최조로-개발한-64킬로비트-D램

마이크론의 성장기

  • 1998년 텍사스 인스투루먼트 메모리 사업부 인수: Micron Technology Inc.는 Texas Instruments Inc. 인수를 통해 이탈리아 아베자노와 텍사스 리처드슨에 위치한 팹 생산기지와 싱가포르에 조립 및 테스트 작업이 가능한 공장을 인수하게 되었다. 이 거래를 통해 양사는 10년간 로열티 없는 교차 라이센스 계약까지 체결했다.
  • 2002년 도시바 DRAM 사업부문 인수: 마이크론은 2002년 도시바 D램 사업부 인수를 통해 버지니자주에 위치한 도시바의 계열사 도미니언 세미컨덕터 L.L.C. 에서 DRAM 생산이 가능하게 하였다. 매각된 도시바의 DRAM 공장은 원래 IBM Corp.과 합작으로 설립된 기업이었으나, 2000년 도시바가 완전히 인수를 했다.
  • 2006년 Lexar 미디어 인수: 디지털 카메라, 가전제품, 산업 및 통신 시장을 위한 메모리 카드, USB 플래시 드라이브, 카드 리더기, NAND 플래시 메모리 등 제조 판매하는 렉사미디어(캘리포니아 프레몬트)를 6억8800억 달러에 인수했다. 마이크론은 D램 비중을 줄이고 NAND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 2013년 엘피다(Elpida)인수: 일본 히로시마에 위치한 엘피다를 2000억 엔 인수하여, 히로시마 공장( 및 300mm D램 제조시설), 아키타에 있는 어셈블리 및 테스트 시설, 대만 렉스칩 일렉트로닉스(300mm D램 제조시설)등의 주요 생산거점을 확보하게 되었다. 엘피다 인수로 인해 휴대폰과 태블릿용으로 사용되는 모바일 D램시장으로 사업영역이 강화되었다. 당시 세계 D램 반도체 점유율은 1위 삼성전자 42.2%, SK하이닉스가 23%(2위), 엘피다가 3위(13.1%), 4위가 마이크론(11.6%) 이었다.
  • 2016년 이노테라 메모리(Inotera Memories) 지분 인수: 이노테라는 2003년 대만의 반도체 기업 난야과 독일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의 합작 투자로 설립됐다. 마이크론은 DRAM 생산 원가를 인하하고 시장에서 가격 협상력을 올리기 위해 이노테라의 잔여 지분 67%를 41억 달러에 매수하여 이노테라 지분 100%를 확보했다.

마이크론의 글로벌 지위

메모리 시장예측

2002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약 6,000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메모리 비중은 대략 24%인 약 1,400억 달러, 비메모리 비중은 76%인 약 4,500억 달러로 집계되었다.

시장조사 및 전략 컨설팅 회사인 Yole Development에 따르면, DRAM 시장은 2021년 940억 달러에서 연평균 8%의 성장으로 2027년에는 1,58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NAND 시장은 같은 기간 670억 달러에서 96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 예상했다. 장기적으로 독립형 메모리 시장은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성장율 8% 씩 성장이 예상되며, 2027년에는 2,600억달러를 넘어 설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인공지능(AI) Chatgpt의 돌풍으로 인해 메모리 시장도 활발해지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의 AI 서버 수요로 인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HBM)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내년 글로벌 HBM 시장(트렌스포스)은 100% 이상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HBM은 여러개의 D램을 적층구조로 쌓아 테이터 처리속도를 대폭 빠르게 만든 고성능 메모리 제품이다. 원래는 고성능 그래픽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 되었으나, 생성형 AI 시장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마이크론의 시장점유율

글로벌 반도체 메모리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강 체제로 재편되어 있다. 삼성전자의 2023년 2분기 D램 시장 점유율(옴디아:시장조사기관)은 43.4%로 1위를 유지했으며, 2위는 28.1%를 기록한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시장 점유율 23.6%로 3위에 올랐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2분기 점유율 33.3%로 삼성이 1위를 차지했으며, 2위는 SK하이닉스(20.4%), 3위는 일본 키옥시아(16.0%),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이 각각 13.0%로 뒤를 이었다.

마이크론의 전략

마이크론의 키옥시아(도시바 메모리) 인수시도

2021년 미국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WDC)이 일본 키옥시아(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만일 인수가 성사되었다면 낸드플래시 글로벌 시장의 판도가 바뀌는 큰 딜 이었다. 키옥시아는 2017년 미국 사모펀드기업 베인캐피탈의 주도로 SK하이닉스, 애플, 델, 시게이트가 참여하고, 일본 경제 산업성의 관민펀드 일본산업혁신기구(INCJ)까지 가세한 한미일연합 컨소시엄이 59.8% 지분을 인수하여 대주주가 바뀌었다. 컨소시엄의 59.8% 지분 인수금액은 총 180억 달러이며 하이닉스도 4조원(지분 15%)을 투자했다.

최근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두기업은 상호출자를 통한 공동지주회사 설립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기업간 합병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중국의 반독점 규제 당국이 허가를 내줄 가능성이 낮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전보장국(BIS)은 2022년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조치를 확대했으며, 중국 낸드 기업인 ‘YMTC(Yangtze Memory Technologies Corp.)를 규제대상으로 지정하여 미국산 반도체 장비 도입을 금지 시켰다.

웨스턴디지털의 키옥시아 인수합병는 자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YMTC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가하게 된다. 중국 반독점 규제 당국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이 과거 인텔의 타워 세미컨턱더 인수에 제동을 건 것처럼 이번 딜도 중국내에서 승인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마이크론 제재

미국 반도체 칩 주요기업들의 중국 의존도는 심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불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퀄컴의 중국 매출 의존도가 64%에 육박하고, 인텔은 27%, AMD는 22%, 엔비디아는 21%, 마이크론은 11%에 달한다.

미국-칩제조사인-마이크론을-비롯하여-미국기업들의-중국매출-비중을-보여주고-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2022년 5월에 마이크론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문제가 발견됐다면서 중국내 주요 기관들에게 마이크론 제품 구매 중단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중국이 보안문제로 마이크론 제재를 한것은 미국이 2018년 중국 대표 IT 기업인 화웨이와 중싱(ZTE)을 제재 하면서 미국측이 발표한 사유인 ‘안보상 위험’ 과 유사하다.

중국의 제재속에서 마이크론은 중국 시안공장에 자사 패키징 테스트 공정에 43억 위안(약 7700억)을 투자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의 규제로 인한 마이크론 실적 악화가 투자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투자로 파트너사인 대만 파워텍 테크놀로지의 시안공장을 인수하고 모바일 D램, 낸드플래시, SSD제품을 생산하는 시설도 추가로 구축할 예정이다.

미국과 일본의 마이크론 지원

2023년 Micron은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150억 달러를 투자하여 미국 내 새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착공한다고 밝혔다. 미국내 반도체 공장은 20년만에 처음으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CHIP Act.) 시행으로 인한 바이든 정부의 지원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신규 반도체공장은 2025년부터 D램 등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며, 반도체 생산설비인 클린룸의 면적이 60만 제곱피트(약 5만6천 제곱미터) 로 미국내 가장 큰 단일공장이 된다. 추가로 뉴욕에 반도체 메모리공장 건설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이시와 뉴욕공장 신규투자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 예산에 의존한 투자로 정부의 지원금 규모에 따라 투자계획이 일부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정부는 자국의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를 위해 마이크론 히로시마 공장에 최대 1천920억엔(약 1조 7천억)의 정부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연합하여 자국의 반도체 산업 재도약을 위한 계획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Micron은 일본 정부의 보조금으로 네델란드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며, 2026년부터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서 차세대 메모리 HBM을 양산예정이다.

마이크론의 차세대 메모리 HBM3E 도전

Micron이 2023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 발표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연내 5세대 제품인 ‘HBM3E’ 생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메모리)은 주로 인공지능(AI) 서버에 들어가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장착되며, 한개의 AI 제품에 8내지 12까지 탑재된다. 성능은 1세대(HBM), 2세대(HBM2), 3세대(HBM2E), 4세대(HBM3), 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되었다.

마이크론이 연내 양산을 발표한 제품은 5세대 ‘HBM3E’로 HBM3의 확장버전이다. 성능은 초당 최대 1.15TB(테라바이트) 이상의 테이터를 처리할 수 있고, 고화질 영화 230편을 1초만에 처리 가능한 연산속도이다. HBM 5세대 신제품은 SK하이닉스(HBM3 시장점유율 95%, 공급량기준)도 내년 상반기에 양산 계획을 잡고 있다.

2010년대 Micron은 D램을 적층하는 HMC(Hybird Memory Cube) 기술 개발에 나섰으나 메모리 적층기술의 어려움으로 인해 HMC 상용화에 실패하게 됐고, 2018년에 비로소 HBM 투자를 시작했다. HBM 투자는 사실상 경쟁사 대비 7년정도 늦게 시작한 셈이다. 현재 마이크론의 기술수준은 3세대인 ‘HBM2E’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CEO 산제이 메흐로트라는 4세대를 건너뛰고 5세대를 양산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세계 메모리분야 3위 Micron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비해 ‘HBM(AI서버에 사용되는 고성능 칩셋)’시장에서 아직 뚜렷한 기술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정부지원 아래 신공장 착공으로 외형적인 캐퍼증설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성과를 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들은 단기간의 승부보다는 중국에 대하여 기술패권 전쟁을 선언한 미행정부의 지원아래, 장기적으로 미국중심의 메모리 반도체 주도권을 다시 찾아 오겠다는 플랜을 보여주고 있다. 대규모 투자부담을 안고 있는 마이크론에게 2024년에 출시될 5세대 ‘HBM3E’ 칩 생산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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