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메모리 기업 중 SK하이닉스 만큼 드라마틱하게 부활한 기업은 없다. 반도체 역사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했던 분야가 메모리 D램일 것이다. 챗GPT의 등장으로 주목 받고 있는 기업 ‘SK하이닉스’가 어떻게 주인공으로 떠오를 수 있었는지에 대해 살펴 보고자 한다.
Table of Contents
SK하이닉스의 출생과 변천사
하이닉스의 탄생
SK하이닉스는 1983년 한국 경기도 이천시에 현대전자산업이라는 사명으로 설립되었다. IMF 시기, 김대중 정부의 국가 경제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LG반도체가 현대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산업전자에게 인수합병 되었다. 이후 현대그룹이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2001년 하이닉스반도체로 사명을 변경한다. 채권단 관리하에서 오랜 시간을 버티다가 2012년 3월 SK그룹에 편입되면서, 사명도 SK하이닉스로 변경되었다.
SK하이닉스의 구체적인 탄생배경은 아래와 같다.
- 1949년 10월 15일: 국도건설(SK하이닉스의 법적 창립일)로 시작
- 1979년 11월: 금성반도체(LG반도체) 설립
- 1983년 1월: 국도건설에서 현대전자산업로 사명변경(SK하이닉스의 실제전신)
- 1999년 7월: 현대전자의 LG반도체 인수합병
- 2001년 4월9일: 하이닉스반도체로 현대그룹에서 분리
- 2002년 6월: 대주주가 외화은행을 변경, 채권단 관리체제의 시작
- 2012년 2월: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
- 2012년 3월23일: SK하이닉스로 사명변경
하이닉스의 성장과정

현대전자는 1984년 12월 16K S램 시제품 생산을 하였으나 양산에 이르지 못했다. 1985년 2월 영국 인모스에게 600만 달러를 지불하고, 256K D램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하며 D램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으나 실패했다. 결국 1985년 8월 바이텔릭으로부터 16K S램, 64K D램, 256K D램, 1M D램 제조기술을 제공 받았다. 그 당시 삼성전자는 1984년 10월 독자적으로 256K D램 양산을 시작한 상황이었고, 금성반도체(LG반도체)도 1985년 6월 미국, 일본에 이어 64K S램 개발에 성공했다.
현대전자는 1986년 5월 국내 최초로 CMOS 256K D램 양산에 성공하게 된다. 세계에서 히타치에 이어 두번째로 양산에 성공했다. 현대전자는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와 64K D램 위탁생산 계약을 하면서 공정기술이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1989년 미국 알렌 브래들리와 합작해 ‘현대 알렌브래들리’를 세웠으며, 1993년 하드 업체로 유명한 ‘맥스터’를 인수하며 반도체 기업의 확장을 이어갔다.
1998년 정부의 ‘빅딜’ 정책의 일환으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4위 LG반도체를 5위인 현대전자가 인수했다. SK하이닉스는 사실상 정상적인 인수합병으로 생긴 기업이 아니다. IMF로 인한 국가경제의 부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김대중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재벌기업들의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현대그룹과 LG그룹간의 빅딜을 진행한 것이다. 한국 재벌들의 경쟁적인 반도체 투자를 막고 기업들의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LG반도체가 현대전자산업에 통폐합 될 만큼 두 기업간 기술력 차이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현대그룹의 정부에 대한 로비가 LG그룹보다 앞섰다는게 통폐합의 주된 이유였다. LG그룹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덕분에 향후 삼성전자가 가장 이익울 많이 보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현대그룹의 위기로 2001년 4월 현대전자는 하이닉스반도체로 사명을 바꾸고, 메모리 사업부를 제외한 전부를 분사시켰다. 2001년 8월 결국 하이닉스도 현대그룹에서 분리되며 반도체 전문기업으로 출발하였다. 채권단 관리하에 있던 하이닉스는, 2012년 2월 SK텔레콤이 채권단으로부터 3조3,750억 원에 인수하며 SK그룹으로 편입됐다.
SK그룹에 편입된 후 SK하이닉스의 인수합병은 아래와 같다.
- 2012년 6월 미국 컨트롤러 업체 LAMD을 2,870억에 인수, LAMD는 200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설립된 스토리지 컨트롤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다. LAMD의 컨트롤러는 중앙처리장치(CPU) 및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와 낸드플래시 사이에 들어가서 효율적으로 양쪽을 연결하고 제어하는 반도체이다.
- 2014년 5월 미국 바이올린메모리 PCle(Peripheral Interconnect Express: 디지털기기의 메인보드에 사용되는 직렬구조의 고속 입출력 인터페이스)카드 사업부 234억 원에 인수, 바이올인메모리는 2005년 미국 산타클라라에 설립된 플래시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낸드플래시 솔루션 및 시스템 개발에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 2014년 6월 벨라루스 ‘소프텍 벨라루스’ 펨웨어 사업부 인수, 소프텍은 동유럽 벨라루스 민시크시에 위치한 펨웨어, 웹, 모바일 앱 등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아웃소싱 전문기업으로 2008년 설립됐다.
- 2017년 9월 도시바메모리(키옥시아) 인수펀드에 2조7000억 원, 전환사채(CB)로 1조3000억 원 투자하여 지분을 확보했다.
- 2021년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사업부를 인수. 인수대금은 총 90억 달러로 1차 클로징 시점인 2021년에 70억 달러를 지급했고, 2025년 3월경에 잔금 20억 달러 지급으로 딜인 종료된다. 현재 인텔로부터 SSD사업과 중국 다롄팹 자산이 이전된 상태며, 2차로 2025년에 낸드플래서 웨이퍼 R&D와 다롄팹 운영 인력을 비롯해 사업관련 유,무형자산을 이전 받을 계획이다.
- 2022년 국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키파운드리 기업인 키파운드리를 5,758억 원에 인수. 1979년에 세워진 키파운드리는 LG반도체의 모체이며, 2004년에 매그나칩으로 매각됐다. 키파운드리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8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력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기업이다.
SK하이닉스의 놀라운 실적 성장

2012년 하이닉스의 SK그룹 편입당시 연간 실적은 10조1,622억 원, 영업이익은 2,270억 원 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 메모리 산업 호황기를 맞아 매출은 40조4,450억을 달성했으며, 영업이익은 20조8,430억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 변신후 6년만에 한국 최고의 부채기업이란 오명을 날려 버렸다. 메모리 산업분야의 불황이 오기전 2021년에는 42조9,970억의 매출과 12조4,100억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SK하이닉스는 지난 10년간 믿기 힘든 실적을 올렸다. 2022년 매출은 44조6,216억로 증가하였으나, 영업이익은 6조8,094억으로 하락하였다. 2023년 예상 매출은 약 32조5,000억 원과 영업이익은 약 8조5,000억 원 손실로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의 기술적 혁신과 고단가 전략
하이닉스와 AMD의 고성능 메모리 ‘HBM’ 개발은 미래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를 예상한 기술혁신의 시도였다. 2013년에 개발된 제품이 업그레이드 되어 10년이 지난후에 2023년 챗GPT의 등장으로 반도체 메모리 시장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미국 AMD와 협력하여 세계 최초 HBM(High Bandwidth Memory,고대역폭메모리)을 개발하고 양산했다. HBM은 D램 여러개를 적층하여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속도를 대폭 향상시킨 고대역폭메모리다. D램을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으면 기반 면적당 휠씬 높은 용량을 확보할 수 있어 대용량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 처리장치(GPU)와 함께 패키징되며 칩과 칩사이는 TSV(Through-Silcon Via) 기술을 적용해서 연결하여, 데이터 전송속도가 빨라야 하는 높은 성능의 머신러닝, 고성능 컴퓨팅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하이닉스 고대역폭메모리(HBM) 연도별 개발현황은 아래 그림에 나와 있다.

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 고대역폭메모리(HBM) 1세대를 개발했다. 2016년 2세대 ‘HBM2’ 개발에 성공했고, 3세대인 ‘HBME’를 2019년 8월에 최초로 출시했다. 2021년 10월에 4세대 ‘HBM3’를 선보였고, 2022년 6월엔 엔비디아와 4세대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023년 5월에 세계 최초 12단 적층 ‘HBM 24GB’ 제품을 내어 놓으며 HBM 선도기업으로 우뚝 섰다. 2023년 8월에는 8단 적층 5세대 ‘HBM3E’ 출시로 자신감을 보였다. 5세대 제품은 2024년 양산예정으로 전량 엔비디아에 납품할 계획이다.
HBM은 최초 개발 당시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기존 D램보다 3~4배 높고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며 생산공정이 복잡하여 생산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전세계 고성능 서버에 대한 수요도 크지 않았기에, 하이닉스에게는 사실상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였다. 최초 개발로부터 10년이 흐른뒤 챗GPT의 등장과 생성형 AI 시장의 성장으로, 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함께 주목 받는 기업이 됐다. 고성능 HBM 가격도 적층 기술 구현으로 기존 D램 가격 대비 7배이상 상승하였으며, 지난 10년동안 축적된 하이닉스의 D램 메모리 패키징기술이 고성능 AI 서버용 메모리에 적용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용기 있는 기업이다
2020년 10월 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을 9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3D 크로스포인트메모리로 알려진 ‘옵태인’을 제외한 모든 낸드사업을 인수했다. 구체적으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낸드플래시 단품 및 웨이퍼 관련사업, 중국 다롄 메모리 생산공장, 지적재산권(IP)도 포함됐다. 1차분 70억 달러는 이미 지급되었고, 잔여금 20억 달러는 2025년 3월에 지급하기로 합의 됐다.
인수발표 당시 2020년 2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트랜스포스)에서 하이닉스 점유율은 11.7%로 4위권 이었다. 1위는 삼성전자(31.4%), 2위 키옥시아(17.2%), 3위 웨스턴디지털(15.5%), 인텔과 마이크론이 각각 11.5%로 하이닉스 뒤를 이었다. 키옥시아는 웨스턴디지털과 일본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을 합작 형태로 운영하고 있었다.
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인텔이 보유한 플로팅케이트(FG)방식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차지트랩메모리(CTF) 방식을 활용해 왔던 하이닉스는 그동안 취약했던 컨트롤러와 펌웨어 기술력 확보로 자신들의 공정기술을 다양하게 확장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중국 반도체 산업 제재를 위한 미국의 반도체법 도입,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내 반도체 산업 활성화 정책으로 반도체 기업에게 대규모 정부 지원금 지원, 일본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미일반도체 기업들의 연합, 중국정부의 반도체 산업 활성화 지원정책 등이 맞물리고 있다.
반도체 시장에서 미중 기술 패권 전쟁으로 과거와 같이 인수합병으로 초대형 기업이 탄생하기는 어려워졌다. 이유는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중국, EU, 일본 등의 국가 반독점 규제 기관들이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동향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 추이
세계 반도체 시장은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연평균 10%이상의 성장을 해 오고 있다. 1980년대 본격적으로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된 이후, 1994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를 처음으로 넘어 섰다. 반도체가 발명된 1950년을 기점으로 시장규모가 1,000억 달러에 도달하기까지 44년이 걸렸다.

1990년 후반 닷컴 버블로 인해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여 2000년에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에 이르렀다. 1994년 1,000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불과 6년만에 두배 넘게 성장한 셈이다. 2010년에는 3,0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2021년에는 5,000억 달러를 기록했고, 세계 반도체 시장 추이를 살펴 보면 2025년에는 6,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이 1,000억 달러 규모 성장하는데 걸린 시간은 6년에서 4년으로 단축되었다. 현재 AI 시장의 등장으로 성장속도는 예상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품목별 시장 구조
반도체의 사전적 의미는 전기 전도도가 부도체 보다는 높고 금속과 같은 전도체보다는 낮은 고체 물질로, 온도나 압력 등의 주위 환경변화에 그 전도도가 조절되는 물질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반도체는 실리콘을 이용하여 만든 직접회로를 말하여, 그 종류로는 기능별로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로 나눠진다. 메모리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능을 맡고, 시스템반도체는 데이터를 처리(제어,연산,전환)하는 반도체로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종류를 포함하고 있다.

2012년 반도체 시장에서 시스템반도체의 점유율은 62.2%(1위), 메모리반도체는 19.5%로 로직반도체 28%(2위), 3위 마이크로반도체 20.7%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10년이 흐른후, 2022년에는 시스템반도체 점유율은 60%롤 2.2% 소폭 하락 하였으며, 메모리반도체 점유율은 22.6%로 3.1% 소폭 증가 하였다. 그러나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품목별 규모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림1과 그림2을 살펴보면, 전체적인 반도체 시장의 크기는 증가하면서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는 상호 보완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데이터의 대용량의 처리로 메모리반도체의 증가는 당연하게 여겨진다. 마이크로반도체가 2012년 20.7%에서 2022년 13.8%로 10년 사이에 6.9% 하락한 것이 주목할 만하다. 마이크론반도체는 전자기기에서 작동에 필요한 여러가지 명령어를 수행하는 시스템반도체를 말하며 예를들면 MPU(Micro Process Unit,마이크로프로세서 장치), MCU(Micro Controller Unit,마이크로 컨트롤러), DSP(Digital Siginal Processor,디지털 신호처리)가 있다.
아날로그반도체는 소리, 온도 등과 같이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아날로그 신호를 전기 신호롤 변환시키는 역할을 하며, 로직반도체는 AND, OR 등의 게이트 회로를 집적한 반도체를 의미한다. 지난 10년간 아날로그반도체와 로직반도체 시장규모의 변화는 소폭 증가하는 수준에 그쳤다.
‘치킨게임’ 후 D램 시장 점유율 변화

2000년 D램 시장의 1위는 20.9%로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2위는 18.7%를 점유한 마이크론, 3위는 하이닉스(17.1%), 4위는 9.4%의 인피니온(독일)이었다. 2000년대 기업간 치킨게임의 결과로, 세계 D램 시장 2022년 점유율은 크게 변동되었다. 2022년 삼성전자가 42.5%로 지난 20년간 2배이상 점유율을 늘린 것이다. SK하이닉스가 27.9%로 2위를 차지했으며, 마이크론이 24.9%로 2위에서 3위로 내려 앉았다. 20년간 글로벌 3사의 지배력은 2000년 56.7%에서 2022년 95.3%로 강화되었다.
세계 반도체 메모리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하여 삼성전자, 키옥시아,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YMTC 등 기업들간 점유율 다툼이 치열하다. 미국과 일본정부의 견제속에서 하이닉스는 기업 인수로 자사의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도전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생성형 AI시장에서 엔비디아와 함께 두각을 보이고 있다.
참고문헌
김양팽, “국내외 반도체산업 정세와 경기 전망”, KIET 산업연구원,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