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의 글로벌 경쟁력은 아직 유효한가

퀄컴은 모바일 AP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거대기업이다. 그들은 2019년 5G 모바일 AP 시장에서 점유율이 무려 87%로 1위를 달성했을 정도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었으며, 현재도 통신기술에 기반한 안정적인 로열티 수익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미래 AI 시대에는 과거와 같은 퀄컴의 독점적인 경쟁력은 유효하지 않을 것이다.

퀄컴의 탄생

퀄컴의 탄생은 1985년 캘리포니아 대학교에 재직중이었던 교수 어윈 M. 제이콥스와 MIT 동창생인 앤드루비터비,하비 화이트, 아델리아 코프만, 앤드루 코헨, 프랭클린 안토니오, 클라인 길하우젠에 의한 것이다. ‘품질 좋은 통신을 만들어 보자’ 라는 슬로건 아래 기업의 이름도 ‘퀄리티 커뮤니케이션(Quality Communication)’을 줄여서 ‘퀄컴(Qualcomm)’으로 시작하였다. 기업의 핵심 전략은 이동통신 기술 개발에 있었으며, 초기의 이동통신 가입자 서비스를 위한 코드 분할 다중 접속(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방식 통신기술을 최초로 개발하였다. 1991년 퀄컴은 세계 최초로 상용화 가능한 CDMA 칩셋 개발에 성공했다.

퀄컴이-1991년-최초-개발한-CDMA-칩셋

1980년대 통신방식은 라디오에 쓰이는 주파수 분할 다중 접속(FDMA) 및 시간 분할 다중 접속(TDMA)이 주류였으며, CDMA 방식은 상용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에 이동통신 기술에서 소외되어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동통신 산업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로 퀄컴과 협력하여 1996년에 세계 최초로 CDMA 방식을 상용화 시켰다. 이후에 홍콩, 페루, 미국 등에서 CDMA 이동통신 방식으로 서비스가 시작되었으며,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이통통신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2009년 모바일 그래픽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매물로 나온 AMD의 모바일 그래픽 사업부문을 6500달러 들여 인수합병 했다. 휴대폰용 그래픽 칩셋 개발을 위한 전략적인 발걸음이었고, 모바일 단말기와 그래픽 기술을 통합하려는 기술적 접근이었다. 그들은 부실했던 AMD의 모바일 사업부를 인수 후 모바일 GPU인 아드레노(Adreno) 제품군을 선보이며 모바일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아드레노(Adreno)는 GPU IP 이름으로, 모바일 AP 브랜드인 스냅드래곤 시리즈 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퀄컴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퀄컴의 주력사업과 글로벌 점유율

퀄컴은 휴대폰, 태블릿, 게임기 및 여러가지 모바일용 기기에 들어가는 칩셋을 개발하는 팹리스기업이다. 산업용 소프트웨어, 통신모뎀, LTE, Wi-Fi, Bluetooth, 5G 관련된 칩의 무선통신 설계 기술은 독보적이다. 전세계적으로 적용된 3G 기술, W-CDMA 특허를 소유하고 있으며, 그들이 설계한 칩은 전세계 CDMA 망을 사용하는 수많은 휴대폰과 각종 무선통신장비의 핵심부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1990년대 시작한 2G 로부터, 2000년대 3G, 2010년대 4G, 2020년대 5G에 이르기 까지 통신기술 세대 변화를 주도한 기업이었다. 5G 개발 및 통신 무선기술 확장을 주요 전략으로 하여 현재의 모바일 시대의 혁명을 이끈 대표 기업중의 하나이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모바일 AP(Application Processor)인 스냅드래곤(Snapdragon)이다. 2023년 2분기 AP 글로벌 점유율은 29%로 대만기업인 미디어텍(1위, 30%)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애플은 19% 점유율로 3위를 기록중이며 , 4위는 중국기업인 UNISOC(15%), 5위는 삼성전자(7%)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마켓닷컴, Market.us)은 2023년부터 2032년까지 CAGR(Compound Annual Growth Rate) 5.7%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장규모도 2022년 5,100억달러에서 2032년 8,76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32년까지 퀄컴칩이 장착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 수요 예측을 보여주고 있다.

퀄컴의 사업구성은 어떠한가

퀄컴은 2023년 3분기 매출 8.4B 달러를 기록했으며, 전분기 대비 23% 하락했다. QCT 사업부 매출은 7.17B 달러로 전분기(7.94B 달러) 대비 9.6% 하락한 수치이며, QTL 에서도 1.23B 달러로 감소추세가 이어졌다.

2023년-QCT-QTL-사업부별-실적을-보여주고-있다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와 매출구성은 아래와 같이 3가지 영역으로 나뉘어져있다.

  • QCT(Qualcomm CDMA Technologies): Handsets(휴대폰 칩), RF Front-End(무선 주파수 프런트 엔드 제품), Iot(사물인터넷), Automative(자동차) 등 주력 품목의 사업부이다. 2022년 기준 37.7B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전체 매출의 85%에 이르는 수치이다. 2023년 3분기 실적은 7.17B 달러를 기록했으며, 2022년 동분기(9.38B 달러) 대비 대략 23%정도 하락한 실적이다.
  • QTL(Qualcomm Technology Licensing): 원천 통신기술에 대한 특허 보유와 관련해서 휴대폰 제조사와 라이센스를 체결하여 사용료로 청구하며, 글로벌 3g/4G/5G 기술에 관련해서 300개 이상의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관리하는 부서이다. 매출은 2022년 기준으로 약 6.35B 달러를 달성했으며, 2023년 3분기 실적은 1.23B 달러로 저조했다. 2022년 3분기 실적(1,52B 달러) 대비 대략 19% 하락한 수치이다.
  • QSI(Qualcomm Strategic Initiatives): 미래 전략을 위한 사업부서로 Al, 디지털 헤스케어, 자율주행 자동차, 사물인터넷 등과 관련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 초기 투자 및 인수합병을 전략적으로 수행하는 부서이다.

퀄컴의 미래성장을 위한 전략

퀄컴의 미래전략은 ARM 기반의 IP를 탈피하여 독자적인 CPU IP를 통해 고성능 플랫폼을 개발하고, 무선랜 기술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영역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 무선랜 칩셋업체 아테로스 인수합병: 2011년 퀄컴은 무선랜 사업확장을 위해 그당시 브로드컴에 이어 와이파이 칩셋 분야 2위 기업인 아테로스를 32억달러에 인수했다. 아테로스는 블루투스, 이더넷, GPS 등 무선 분야에 특화된 기업이었다. 그 결과 휴대폰, 노트북, 가전 기기에 들어가는 통신용 칩셋 라인업 구성이 가능해졌다. 현재 와이파이 기술은 개인용 모바일 기기를 넘어서 스마트 가전,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자율주행차까지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 블루투스 전문기업 CSR 인수: 2015년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의 기술확장을 위해 그 당시 블루투스 기업에 특화된 영국기업 CSR를 약 2.4B 달러를 들여 인수를 완료한다. CSR은 사물 또는 장치간에 무선연결 하는 기술력에 강점을 가진 무선랜 전문 기업이었다. 장기적으로 자율주행 차량을 위한 기반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 반도체 스타트업 누비아(NUVIA) 인수: 2021년 서버용 칩셋에 적용되는 맞춤형 중앙처리장치(CPU) 설계에 특화된 기업인 누비아를 14억달러에 인수했다. 누비아는 2019년에 제라드 3세(Gerard Williams III), 존 브루노(John Bruno) ,마누 쿨라티(Manu Gulati)가 공동설립한 신생 반도체 설계기업이다. 퀄컴은 누비아를 인수로 모바일 AP부터 컴퓨터용 시스템온칩, 인포테인먼트 및 운전자 지원이 가능한 시스템용 SoC 등 다양한 라인업에 누비아의 기술을 접목시키겠다는 의도이다. 그동안 퀄컴은 ARM의 ‘코어텍스’ IP를 기반으로 PC용 SoC를 설계하였지만, 누비아의 특화된 설계자산(IP)를 통해 고성능 플랫폼 출시가 가능하다.

퀄컴의 불안요인

중국 정부의 견제와 압박

미중 반도체 전쟁속에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재제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미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되돌아 오고 있다.퀄컴은 2016년 440억 달러를 투자하여 네덜란드 반도체기업 NXP를 인수합병한다고 밝혔으나, 2018년까지 중국 규제당국의 합병 승인을 받지못함에 따라 NXP 인수계약은 파기되었다. 그들은 자동차 반도체 분야에 선두주자인 NXP를 통해 보완용 소프트웨어, 사물인터넷, NFC(점유율 74%)까지 시장확장을 노렸다. 미국정부의 중국 ICT 기업에 대한 제재로 인해서 중국 당국의 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규제도 심해졌다고 볼수 있다. 싱가폴 기업인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실패로 알 수 있듯이 현재의 미중은 반도체기업들의 인수합병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 중국당국이 미국 마이크론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돼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외국 반도체 회사에 대해 사이버 보안 심사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사실상 중국이 마이크론 제품의 중국 판매를 부분적으로 제한 하고 있으며, 미중간 반도체 전쟁이 확전 될수록 퀄컴,인텔,브로드컴 등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의 직접적인 타겟이 될 것이다.

경쟁기업들의 성장

  • 미디어텍(MediaTek): 대만 반도체기업으로 모바일용 3나노 칩셋을 최초로 발표했다. 이 칩셋은 TSMC 3나노 프로세서 공정을 사용하며, 5나노 칩셋과 비교해 성능은 최대 18% 상승, 전력소모는 32%감소, 로직밀도도 최대 60% 향상 되었다고 밝혔다. 3나노 칩셋은 2024년도 상반기에 대량생산 예정이다. 퀄컴과 삼성전자의 3나노 제품은 2024년 하반기에 생산계획이 잡혀 있다. TSMC도 애플에 이어 3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로 미디어텍의 차세대 플래그쉽 모바일 프로세서 ‘디멘시티(Dimensity)’ 시리즈 위탁생산 계획을 확정했다.
  • UNISOC: 상하이에 본사를 두고 중저가 휴대폰용 칩셋을 생산하는 중국 최대 팹리스 기업이다. 현재 6나노미터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했으며,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으로 중국 당국의 지원아래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2023년 2분기 점유율도 작년 동분기(11%)대비 4%를 늘리며, 15%까지 올렸다. 중국보고서(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스트래티지스)에 의하면 중국의 반도체 자급율은 2021년 24%에서 2030년에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미국 반도체 재제의 중심에 있던 화웨이가 자사 스마트폰에 탑제한 7나노 공정제품을 장착한 것은 SMIC(중국 파운드리 기업)의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퀄컴 휴대폰 칩셋 매출의 대략 60% 정도가 중국시장에서 나오는데,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5G 7나노 제품인 기린칩으로 인해 더욱 불리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 삼성전자: 2년만에 자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인 ‘엑시노스’ 귀환 소식을 알렸다.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Game Optimizing Service)논란 이후 삼성은 자사의 엑시노스 대신 퀄컴의 스냅드래곤8 2세대를 전량으로 탑재해왔다. 삼성은 AP 칩셋인 엑시노스 2400에 대해 본격적인 생산단계인 테이프아웃(Tape-out)을 마쳤다고 밝혔다. 신형 엑시노스는 4나노 공정제품으로 삼성 파운드리 공정에서 만들어 졌다. 갤럭시 S24 시리즈 탑재 여부는 이달 중으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자사 칩셋의 갤럭시 S 시리즈 탑재 여부는 퀄컴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상당한 악재가 될 것이다.
  • 애플: 2028년부터 자체 통신칩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로 2019년 인텔로부터 스마트폰용 통신사업을 10억달러에 인수하였다. 퀄컴의 통신칩 의존도를 줄이고, 개발기기에 최적화한 성능을 구현하겠다는 애플의 야심이다. 2023년 10월 퀄컴은 애플과 5G 통신칩 공급계약을 2026년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애플의 통신칩 개발이 예상보다 쉽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그러나 애플은 장기적으로 통신칩 독립을 시도할 것이다.

퀄컴은 모바일 AP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글로벌 모바일 통신시장을 선도해 왔다. 미중 반도체 전쟁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독점은 불가능해지고 있다. 국제 반도체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진영으로 양분되고 치열한 보호무역으로 자국 반도체 생태계를 지키려는 의도로 인해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다. 휴대폰의 생태계는 고성능 칩셋 개발의 기술적 한계, 소비자 효용성의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다. 후발주자인 미디어텍과 UNISOC, 화웨이 등 경쟁기업들의 칩 품질수준의 향상은 이미 시장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앞으로는 퀄컴의 글로벌 기업경쟁력이 과거처럼 유효하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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