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인텔이 TSMC와 삼성전자를 넘는 것은 쉽지 않다

인텔이 과거에 접었던 파운드리 사업 재도전을 위해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경쟁자들(TSMC, 삼성전자)이 너무 커 보인다. 그들이 파운드리부문에 필요한 기술, 생산설비, 인적자원 등의 구성요소들을 모두 단기간에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서 인텔이 TSMC와 삼성전자를 넘어서는 게 쉽지 않은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Intel은 역사적으로 성공한 기업이다

인텔이-세계-최초로-개발한-마이크로프로세스-intel-4004

Intel의 역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반도체의 역사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1968년 7월 18일 미국에 설립되었으며, 반도체 설계 및 제조에서 뛰어난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Intel은 Integrated Electronics의 약자로 공동 창업주는 화학자 고든무어와 물리학자인 로보트 노이스 이다. 1971년에 우리에게 익숙한 마이크로프로세스(CPU) ‘인텔 4004’ 라는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였으며, ‘인텔 8088’ 이라는 CPU가 IBM PC에 장착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기간별 성장의 역사는 아래와 같다.

  • 1968년~1985년 : 메모리 반도체기업
  • 1985년~1998년 :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업
  • 1998년~2015년 : 인터넷 기반 구축 기업
  • 2016년이후 : 초연결시대를 선언

그들은 메인보드칩셋, 네트워크카드, 직접회로, 그래픽 프로세스등 개인용 컴퓨터 부품으로 시작해서 컴퓨터 아키텍처와 인터넷 구성요소인 칩(Chip), 보드(Board), 시스템(System), 소프트웨어(Software), 네트워킹(Networking),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장비와 서비스까지 기업의 영역을 넓히며 성장했다. 인텔은 IBM과 더불어 보급형 컴퓨터 분야의 역사에서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존재이다.

Intel을 50년 이상 실리콘밸리에서 왕좌의 자리에 있게 만든 제품은 단연 DRAM과 MPU 이다. DRAM( Dynamic Random Access Memory)은 임의 접근 기억 장치의 한 종류로 정보를 구성하는 개개의 비트를 개별소자인 축전기에 저장하는 기업장치이다. 1970년에 세계최초로 DRAM을 개발했으며, DRAM은 10년이상 그들의 주력상품이 되었다. 1970년대 후반 D램의 후발주자인 일본기업의 가격경쟁으로 인해 1984년에 DRAM 사업을 접었다. MPU(Micro Processor Nnit)는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를 LSI(Large Scale Integration)화한 것으로 레지스터, 연산회로, 제어회로를 명령어로 통합적으로 연산, 제어 동작을 실행하는 연산장치를 말한다.

인텔이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한 배경

인텔이 성급하게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한 배경은 미국 행정부 주도의 정책적인 선택이 아주 컸다고 본다. 미중기술패권 전쟁으로 미국내 반도체 생산이 조 바이든정부의 핵심과제로 부상했으며, 이러한 흐름이 기업의 요구와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2023년-1분기-인텔의-파운드리-시장점유율과-투자계획을-보여주고-있다

2023년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을 살표보면 TSMC가 60.1%로 1위를 차지했으며, 2위 삼성전자가 12.4%, 글로벌 파운드리가 6.6%로 3위, 4위가 UMC(6.4%), 5위는 5.3%의 SMIC로 구성되어 있다. 인텔 포함한 나머지는 9.2%로 존재감이 없는 수준이라고 보는게 타당하다. 현실적으로 인텔의 파운드리 재진출 선언은 미 행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없다면 불가능한 투자이다.

최고경영자인 펫 갤싱어는 2020년 기자회견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부문 신설하고 인텔의 부활을 이끌겠다는 선언을 했다. 그는 또한 자사를 컴퓨터 칩을 디자인, 제작, 판매하는 종합반도체기업으로 부활 시키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한때 ‘Intel Inside’라는 용어를 탄생시키며,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사와 함께 개인용 PC 시대를 알렸던 그 당시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인텔이 넘어야 할 리스크

파운드리 부문의 투자로 인한 공급과잉을 불러온다

Intel은 중국 다롄에 운영중이던 메모리 생산공장을 2020년 10조 3,100억원에 SK하이닉스에 매각하였다. 매각대상은 SSD사업부문, 낸드플래시 및 웨이퍼 비즈니스를 포함하고 있다. 그 당시 인텔의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11.5% 달했다. SK하이닉스는 매출의 70%이상이 D램에 편중되어 있어서,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딜을 성사 시켰다. 사실상 파운드리 비즈니스 투자를 위한 인텔의 메모리부문 사업철수라고 봐도 무방하며,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경쟁사들에 밀려 백기를 든 것이다.

미국과 독일, 유럽지역에 총730억달러(약 95조)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건설을 위한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인텔은 바이든 행정부를 등에 업고, 블룩필드자산운용사의 49% 지분투자 조건으로 애리조나주 지역 2곳에 공장을 짓고 있지만, 2023년 1분기 약 27억달러 순손실을 기록하여 인력의 20%를 구조조정하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정부의 일시적인 보조금이 지원된다고 하지만 기업의 장기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현금창출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파운드리 사업부문 특성상 최소 3년이상 초기 자본이 투입되어야 초도생산이라도 가능해 진다.

2022년 TSMC는 약 400억달러(약 52조)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 지역에 2개의 반도체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 2026년부터 3나노 칩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 여러가지 요인으로 공장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공장에 170억달러(약 22조)를 투자했으며, 2024년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투자속에서, 인텔은 주력사업부문이 아니라 파운드리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는 반면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은 미래에 대한 기업의 리스크를 가중 시킨다.

파운드리분야의 성장역사

파운드리분야는 반도체산업 변화에 따라 기업들의 세분화와 분업화로 성장했다. 특히 반도체 생산공정의 어려움은 미세공정이 기술적 한계에 봉착한다는 것이다.

반도체산업의-변화에-따른-기업들의-세분화를-보여주고-있다

반도체산업은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인 메모리 칩을 생산하는 산업분야이다. 초기에는 종합반도체기업(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으로 출발하여 세분화 되며 발전했다. 1950년대 모든 공정을 수행하는 종합반도체기업만 있었지만 1980년대 들어서면서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기업으로 분화하였다. 2000년대에는 파운드리 기업에서 패키징기업까지 생겨났다. 위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TSMC가 파운드리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이유는 파운드리공정 뿐만아니라 패키징 미세공정에 탁월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인텔의-미세공정-타임라인을-글로벌-기업들과-비교하였다

글로벌 3사의 미세공정 타임라인을 보면 TSMC와 삼성전자는 2023년 2분기까지 3나노 공정을 안정화 하겠다는 계획이고, 2024년부터는 업그레이드 된 제품을 양산하겠다는 것이다. 양사 모두 2나노 공정은 2025년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인텔은 2024년부터 2나노 공정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파운드리 기업들이 3나노 공정에서 수율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2나노 공정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인텔은 리스크가 큰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2나노 공정의 기술적 접근도 어려운데 수율문제까지 겹치면 대규모 손실은 불가피하다. 이런 이유로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과 미세공정 로드맵은 투자자들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중국의 인텔 견제

파운드리-인텔이-미국과-중국의-기술패권전쟁의-중심에-놓여있다

Intel은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하는 미국 반도체 부활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기업이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재제는 중국의 반발을 야기하여 미국 반도체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텔은 2022년 2월 54억 달러를 투자하여 파운드리기업인 타워 세미컨덕터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타워 세미컨덕터는 1%정도로 점유율은 미미하지만 이스라엘 기업으로 차량용 반도체와 같은 레거시 반도체 분야에 강점을 가진 회사이며, 생산거점이 미국, 이스라엘, 일본등 세계 각지에 분포되어 있어서 아주 매력적이다. 파운드리 기업으로서 오랜기간 고객서비스를 해온 노하우가 풍부하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팹리스 기업들을 고객으로 유치해야 하는 인텔의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카드인 셈이다.

미 행정부의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은 Intel이 미국 반도체의 대표주자이며,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와 삼성전자에 유일하게 맞설수 있는 기업임을 인지하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 기술패권 움직임은 타워 세미컨덕터의 인수합병을 좌절시켜 버렸다. 중국의 반독점 규제 당국이 두 기업간의 인수합병 승인을 막아버린 것이다. 타워 세미컨덕터의 인수합병 불발이 현재의 인텔에게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미미하지만, 중국이 인텔의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시장은 미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크고 중요한 시장이다. 반도체 매출의 25%를 중국에서 올린다고 보면 된다. 인텔이 뛰어든 파운드리 분야의 생태계는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어 다른 시장을 개척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반도체 생태계를 바꾼다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시간보다 오랜세월이 걸릴지 모른다.

엔비디아와 AMD, SMIC 성장은 인텔에게 위협이다

파운드리 사업에 들인 대규모 투자는 인텔의 주력사업인 시스템반도체 개발부문에서의 글보벌 입지도 불안하게 만든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소비성 모바일 기기의 수요가 감소하자, TSMC도 반도체 장비업체들에게 제품 납품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년간 확장국면에 있던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비즈니스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반도체 생태계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확장 되는 국면이다. 2022년 엔비디아에서 출시한 수퍼컴퓨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은 생성형 AI학습에 최적화된 최고 성능 GPU로 기존 제품대비 성능이 4배 상승했다. 최고사양은 수억원을 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아마존,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의 요청이 쇄도 하고 있다.

2023년 2분기 엔비디아는 퀄컴을 제치고 글로벌 팹리스 시장 1위로 도약했다. 글로벌 직접회로(IC) 설계기업 3사중 유일하게 매출 성장을 이루었다. 엔비디아의 점유율(트랜드포스)은 29.7%(1위), 2위는 퀄컴(18.8%), 3위 브로드컴(18.8%)로 재편되는 모양이다.

칩렛기술을 상용화한 AMD의 약진도 돋보인다. 칩렛이란 시스템 반도체의 구성을 단일 반도체가 아닌 여러 모듈을 분할 생산한 다음 결합하는 형태이다. 단일칩에 모두 연결하는 기존의 모놀리식방식 보다 칩의 최적의 공정을 적용가능하고 원가절감, 제품크기, 제품수율에도 잇점이 많다. 글로벌 칩렛 컨소시엄의 구성으로 칩렛 기술은 반도체기업 생태계를 더욱 넓히는데 기여할 것이다. 엔비디아와 인텔도 모놀리식 생산방식을 칩렛으로 일부 전환하고 있다.

경쟁사인 중국의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자국기업인 SMIC를 통해 7나노 AP(기린9000S)를 공급 받았다. 칩은 ARM의 기본설계와 동일하게 제작되었으며, 8개의 CPU중에 4개는 화웨이가 자체 설계하였다. 경쟁사 제품대비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자체설계로 제작했다는 것은 미래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인텔이 반도체기업으로서 성공한 기업임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전통적인 팹리스 기업이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여 TSMC와 삼성전자를 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반도체의 생태계 역사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종합반도체기업이 새로이 탄생하기에는 이미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가 너무 세분화 되었다.

참고문헌

김양팽, “반도체산업의 가치사슬별 경쟁력 진단과 정책방향”, KIET 산업연구원,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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